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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불균형 심한 ‘건설공사 상호 시장 진출 허용’ 다시 검토해야

작성자 RICON 날짜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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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균형 심한 '건설공사 상호 시장 진출 허용' 다시 검토해야

 

* 보   도 : 중앙일보, 2022년 2월 23일(수), 시선집중

* 작성자 : 박 승 국 산업혁신연구실장 

 

한국 건설산업은 생산구조 혁신이라는 격변과 혼란의 시기에 놓여 있다. 특히 2018년에 마련된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에 따라 지난해부터 건설업체의 상호 시장 진출이 허용됐다. 과거엔 종합건설업종을 보유한 업체는 종합공사를 수행하고, 전문건설업종을 보유한 업체는 전문공사를 수행하던 ‘업역구조’였는데, 이제 모든 건설업체가 업역 구분 없이 자유롭게 공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상호 시장 진출이 허용된 공사의 현황을 살펴보면, 종합건설업체의 전문공사 진출 비율은 토목공사는 약 25.6%였고, 건축공사는 41.2%였다. 반면 전문건설업체의 종합공사 진출 비율은 각각 8.5%(토목)와 2.2%(건축)로, 상호시장 진출 비율에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공사 특성이나 규모로 보아 전문건설업체가 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되는 전문공사에도 종합건설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균형 현상은 상호시장 진출 허용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에 참여하려면 종합업종의 높은 등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종합건설업체의 전문공사 진출 시에는 이런 기준이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에 진출하려면 다수의 전문업종을 중복으로 보유해야 한다. 실례로 모 지자체에서 발주한 종합공사의 경우 6개의 전문업종을 등록한 전문건설업체에 입찰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심지어 10개의 전문업종 등록을 요구하는 발주사례도 존재한다. 반면에 종합건설업체는 하나의 업종으로 거의 모든 전문업종에 해당하는 전문공사에 진출이 가능한 상태다.

 

그런데 하나의 종합업종을 보유한 건설업체가 29개 전문업종의 모든 전문공사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과 직접시공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다.

 

미국의 경우 건축업종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공사를 시공하려면 전문업종을 보유하고 있거나 전문업종을 보유한 업체에 하도급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과 싱가포르는 전문업종의 해당 업무 내용에 대한 시공자격을 보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전문건설업체는 종합공사를 낙찰받아도 어려움이 발생한다. 전문건설업체의 종합공사 수주 시엔 직접 시공의 의무가 부여된다. 동일한 종합공사를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하면 직접 시공해야 하고, 종합건설업체가 수주하면 하도급을 통한 관리 위주의 방법으로 시공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건설상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시공 방법에 차이를 두는 것은 이해되기 어렵다.

 

건설공사를 쪼개어 보면 전문업종으로 나눠진다. 다수의 전문업종으로 이뤄진 건설공사도 있고, 단일의 전문업종으로 이뤄진 건설공사도 있다. 다수의 전문업종으로 이뤄진 복합공사는 종합건설업체나 해당 전문업종을 보유한 전문건설업체가 시공하고, 단일의 전문업종으로 이뤄진 공사는 해당 전문업종을 보유한 건설업체가 수행하는 것이 업종시스템의 목적과 본질에 부합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합건설업체에 하나의 업종으로 이뤄진 전문공사를 원도급 또는 하도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이 방안은 종합과 전문건설업이라는 이원적 업종시스템을 가진 국내 생산구조 시스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종합업종은 종합공사를, 전문업종은 전문공사를 수행하는 것을 기본업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 전문업종으로 구성된 소규모의 전문공사에 지금과 같이 종합건설업체의 무분별한 진출이 지속된다면 전문업종 존재의 의미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현재의 상호시장 진출 실태가 건설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발전을 위한 당초 생산구조 혁신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다시 한번 검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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