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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건설신문] 일본 사례에서 살펴보는 ‘공공공사 적산’의 방향성

작성자 RICON 날짜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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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 사례에서 살펴보는 ‘공공공사 적산’의 방향성

 

* 보   도 : 매일건설신문, 2023년 12월 28일(목)

* 작성자 : 조재용 책임연구원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공사는 세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공평성, 공정성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공공공사에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금액으로 공사비를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공사의 공사비는 낮아질수록 국민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너무 낮은 공사비는 부실 공사를 불러일으키고, 공사 결과물의 품질저하로 이어지게 되어, 오히려 국민들에게 손실로 돌아오게 된다.

 

우리나라 공공공사 발주에서는 1968년 표준품셈을 도입한 이래 이 방식을 기본으로 적산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표준품셈으로 적산된 공사비가 과다하다는 여론이 발생하였고, 1995년에는 실적공사비 제도가, 2015년에는 조건 보정을 적용하는 산정방식이 추가된 표준시장단가 방식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경우 과소한 공사비가 산정된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신기술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경제 정세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물가를 반영하기도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표준품셈 방식을 사용하는 일본은 어떤 상황일까. 일본에서는 디자인 의장설계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공공공사도 토목공사와 건축공사로 엄격히 나누어 적산 방식을 서로 다르게 발전시켜 왔다. 일본에서 공공 토목공사는 공무원이 직접 설계하고, 수량을 산출하여, 단가를 적용해 예정가격을 만든다고 한다면, 공공 건축공사는 외부 설계자가 설계하고, 수량을 산출한 다음에, 공무원이 단가를 적용하여 예정가격을 만든다.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건축공사에는 표준품셈을 계속해서 적용하는 한편, 토목공사에는 1990년대부터 시스템화를 추진하였다.

 

일본 공공 토목공사에서는 2004년부터 발주자와 원도급자 사이에 유닛 별로 합의한 가격(합의단가)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유닛에 기초한 단가를 사용하는 ‘유닛 프라이스형 적산 방식’을 도입하였다. ‘유닛 프라이스형 적산 방식’은 발주자가 표준적인 공법을 규정하지 않고, 시공자의 아이디어를 공사에 반영하기가 용이한 특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유닛의 조합 방식이나 유닛별 단가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 합의단가를 사용했음에도 공사비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가 되어 2011년 전면 폐지되었다.

 

이어서 2012년에는 ‘유닛 프라이스형 적산 방식’을 개선하여, 직접공사비만 시공 단위별로 패키지를 만들어 표준단가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산하는 ‘시공패키지형 방식’이 도입되었다. ‘시공패키지형 방식’은 1만 개 이상의 세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컴퓨터의 발전으로 시스템상에서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되었고, 발주 지역 및 발주시기를 반영하여 공사비를 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사비가 디플레이션 되는 문제는 합의단가 이외에도 입찰자들이 제출한 응찰단가를 데이터베이스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낮은 단가정보가 계속해서 입력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일본에서 이렇게 진행된 공공 토목공사의 적산방식의 변화는 단순히 시스템적인 것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다. 2005년 일본 국토교통성은 낮은 공사비가 낮은 품질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입찰 시에 가격보다 공사 품질을 우선시하는 ‘공공공사 품질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즉 일본의 공공공사 발주 현장에서는 모든 공무원들이 단순히 공사를 싸게 발주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공사비를 지급하고, 가장 가성비가 좋은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 세금을 사용하여 공공재를 구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한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면 낮은 비용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낮은 비용으로 구입하고자 하면 당연히 충분한 품질을 담보할 수 없게 되며, 결과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저급 공공재를 구입하는 결과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공공공사의 적산 과정에서는 현장 특성을 고려하고, 건설업체들이 충분한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는 적산이 이루어져야 하며, 공공기관 발주자는 공사비를 낮게만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공사가 충분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 할 수 있는 체계를 세워나가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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