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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뉴스] 예산 제약 줄인 일본의 기술제안교섭방식

작성자 RICON 날짜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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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산 제약 줄인 일본의 기술제안교섭방식

 

* 보   도 : 국토교통뉴스, 2023년 3월 30일(목)

* 작성자 : 조재용 책임연구원

 

공공공사는 일반적으로 설계가 먼저 실시되고, 이에 기초하여 공사 적산과 예정가격 작성이 이루어진 후에 공사가 발주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GTX와 같은 대심도 지하공간에서의 공사, 도시지역에서의 협소한 공간에서 공사, 주요한 간선도로에서 통행금지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시가 요구되는 수선 공사 등 지금까지 없었던 조건 하에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공사가 증가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이슈와 함께 촉발된 수많은 ICT기술을 접목한 신기술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데 비해 공공공사의 설계 기준과 대가 기준은 이러한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결과 유용한 신기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설계에 반영되어 있지 않거나, 대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건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리와 동일한 문제점을 안고 있던 일본에서는 2014년 6월에 공공공사 품질 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사양 확정이 어려운 공사에 대해 기술 제안 심사 및 가격 교섭을 통해 사양을 확정하고, 예정가격을 정할 수 있는 기술제안 교섭방식이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시공자는 직접 설계를 수행하거나, 설계자가 작성하는 설계도서에 자사의 기술적 요소를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의 기술제안 교섭방식은 설계에 대한 시공자의 역할에 따라 3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시공자가 단독으로 설계와 시공을 확정적으로 전부 담당하는 설계시공일괄타입, 시공자가 설계에 대해 기술협력을 하고, 시공을 담당하는 기술협력시공타입, 시공자가 설계를 수행하고, 결과물에 대해 평가를 진행하고, 시공을 담당하는 설계교섭시공타입이다.

 

기술제안 교섭방식에서는 기업 참가조건을 설정할 때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 실적과 기술자를 평가하여 입찰 참가 기업을 설정하지만, 이어지는 교섭권자 선정 시에는 기업 실적과 기술자 점수 등 모든 평가를 배제하고, 순수한 기술 제안만을 평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발주자는 입찰에 참가한 기업이 해당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어떠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지,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법으로 제안하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 등에 대해 평가한다. 이 평가점이 높은 기업이 우선교섭자가 된다. 우선교섭자가 제시한 견적서와 견적조건서를 바탕으로 발주자는 가격 교섭과 기술 내용을 협상하고, 협상이 성공된 경우에는 낙찰자가 된다. 협상이 실패한 경우에는 기술평가점 차점자가 다음 교섭대상자가 된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기술제안 교섭방식은 금액 한계를 설정하여, 민간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제약하지 않고, 먼저 베스트 안을 제안받은 다음에 가격을 협상해서 예정 가격을 정하는 형태를 가진다. 즉 예정 가격을 확정하고 발주가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방식과는 매우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일례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제안하라고 한다면 수없이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가용이나 버스나 기차 외에도 KTX와 비행기 등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금액을 최소 비용으로 제한해 버린다면 당연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입찰과정에서는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활용하여 최고의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풀어주고, 최종적인 단계에서만 발주자와 가격 협상을 진행하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금액에 제한되어 검토되지도 못하는 상황을 최소한으로 방지할 수 있다.

 

공공공사는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공사에서 입찰 프로세스를 조정하고, 일정 부분 증가하는 비용을 용인함으로써 신기술・신공법 활용을 유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기술・신공법 활성화가 이루어져 사용 비용이 감소하는 선순환이 이루어 질 수 있다면, 국가 전체로서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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