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관련된 보도와 기사 자료입니다.

[경기일보] 인구소멸 시대, 우리는 대비하고 있는가?

작성자 RICON 날짜 2023-03-13
첨부파일

[기고] 인구소멸 시대, 우리는 대비하고 있는가?

 

* 보   도 : 경기일보, 2023년 3월 13일(월), 이슈&경제

* 작성자 : 홍성호 선임연구위원

 

초등학생의 장거리 통학, 노인들만의 거리와 마을, 일자리 부족, 세금 증세,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노후 불안 등. 올해 20세로 지방에서 살 어느 한 청년이 맞이할 20년 후 모습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인구 과밀 상태인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학령인구 감소로 개교한 지 40년 만에 폐교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기인한다.

 

실제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0.78명으로 또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년 전과 견줘 0.03명 준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9명·2020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또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이 채 안 되는 국가도 한국이 유일하다. 일부 전문가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합계출산율이 0.5 이하까지로 떨어져 재앙에 가까운 파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인구 문제는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축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소멸 시대로 치닫고 있다.

 

물론 인구 감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관점도 있다. 일본의 생물학자인 이케다 기요히코는 인구가 줄어들면 오히려 환경수용력(환경이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최대 개체수)이 좋아져 최적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량화, 획일화를 주도하는 세계자본주의는 사라지고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노동에 허덕이며 돈과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지금과는 달리 경쟁하지 않아도 개인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워낙 짧은 시기 내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낭만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인구성장 시대에 만들어진 국가·경제·사회시스템이 붕괴돼 국민의 풍요로운 삶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수조원을 들이고 있지만 “육아가 너무 힘들다”, “정책에 공감하기 어렵다”, “지원금 몇 푼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같은 아우성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구 감소 원인은 경쟁 위주의 사회구조, 획일적인 가치관 등 복합적 원인에 기인하나 그 대처 방식이 ‘아이 낳으면 돈 준다’라는 식의 근시안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그 대책도 보육, 양성평등, 부동산 등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 특히 과거 노동자의 머릿수로 이득을 창출했던 경제체제에서 ‘두뇌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근로자의 무가치 노동시간을 줄이고 유가치 노동시간에 두뇌를 사용해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 노동력, 돈을 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의 시간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인구 감소가 특정 연령, 지역, 산업, 재화에 어떤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지 정밀하게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5년 이내가 우리가 인구 소멸 시대의 충격에 대비할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

 

☞ 원본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