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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인프라 관리 ‘골든아워’ 놓치지 않으려면

작성자 RICON 날짜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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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프라 관리 ‘골든아워’ 놓치지 않으려면

 

* 보   도 : 경기일보, 2023년 2월 13일(월), 이슈&경제

* 작성자 : 홍성호 선임연구위원

 

심장마비 4분, 중증외상환자 1시간, 뇌졸중·심근경색 3시간. 이 시간 내에 의료 처치를 하지 않으면 환자는 사망하거나, 살아도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 따라서 이를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골든아워(Golden Hour)’라 부른다. 의학적 용어인 골든아워가 최근 위급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또는 시간이라는 의미로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혈관에 종종 비유되는 도로, 철도 등 인프라의 관리에서도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1970, 80년대 집중 건설된 우리 인프라도 어느덧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몸의 혈관처럼 노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 연수 30년을 넘은 중대형 교통시설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년 후에는 약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하수관로, 가스관 등 지하시설도 20년 후에는 6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프라 특성상 사용 연수가 일정 기간 지나면 노후화 수준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런 특성과 현재의 노후화 추세라면 우리에게 남은 인프라 관리의 골든아워는 10년 남짓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골든아워 이내에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와 관리 방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021년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조원에 불과한 연간 인프라 관리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50년에는 무려 5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안전·서비스 수준 저하를 유발해 인프라 이용을 위한 미래 부담을 증가시키고 인프라 갭(Gap) 현상을 초래해 국가경쟁력도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노후화에 적기 대처하지 못해 각종 인프라 붕괴사고를 경험한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가 남의 일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재원 확보다. 몇 년 전 정부가 인프라 노후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법령 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국가, 지자체, 관리 주체의 재원 마련과 운영, 분배에 정책과 방안은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첫째, 관리 주체와 지자체의 인프라 개선 지원을 위한 특별회계·기금 또는 캐나다와 같은 인프라 은행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인프라 관리 재원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현재 유류세에서 주행세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 관리 주체의 재원 다각화를 위해 기반시설부담금, 주요 간선도로의 통행료 등 타 재원의 일부를 노후 인프라 정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넷째, 껄끄럽지만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거해 인프라 사용료 상향에 관한 논의도 이제는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는 혈관은 산소와 영양분을 몸 전체에 공급하는 생명선이다. 노후한 혈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집중 치료를 통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듯이 국가의 혈관인 인프라도 골든아워 내에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와 관리를 해야만 우리의 미래 세대가 잘 사용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프라 관리의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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