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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1기신도시 리모델링, 기존 지역생태계 유지가 관건

작성자 RICON 날짜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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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기신도시 리모델링, 기존 지역생태계 유지가 관건

 

* 보   도 : 헤럴드경제, 2022년 1월 21일(금), 人터뷰

* 인터뷰 : 유병권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허허벌판이나 도심 속 공터만 봐도 어떻게 바꿔 보면 좋을지 고민해보는 게 습관이 됐죠”

30여년간 국토계획·토지·건설 분야에 몸담으며 ‘땅’이라는 한우물만 파온 유병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62)은 “땅만 봐도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며 이렇게 말한다. 유 원장은 “시화방조제를 건설하며 발견된 공룡알 화석지가 있는데, 그곳에서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방식으로 공룡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면 땅의 부가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며 유휴지역에 대한 개발 방향을 즉흥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동작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을 찾아 ‘시티닥터’라 불리는 유 원장을 만났다. 유 원장은 올해로 임기 4년차를 맞았다. 유 원장은 국내 건설업계의 코로나19 초기 대응 경험을 해외 기관과 공유하는 한편, 스마트건설·디지털 전환·그린 뉴딜과 같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힘써왔다. 약 30년간 국토교통부에서 쌓은 도시계획, 토지정책과 관련한 ‘내공’이 바탕이 됐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유 원장은 건설교통부 주거복지과장, 국토해양부 도시정책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 국토도시실 실장 등을 역임하며 ‘시티닥터’라는 별명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명의처럼 신통한 처방을 내리는 도시 전문가라는 뜻에서다.


“리모델링 사업도 주민의 사회·경제·문화적 생태계 고려해야”


유 원장은 최근 건설·부동산 업계가 직면한 다양한 이슈와 논란에 대해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특히 아파트 리모델링 방향에 대해선 단순히 집을 몇 채 더 늘리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공직생활 초기 건설 지원 업무를 맡았던 경기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는 어느새 서른 살이 훌쩍 넘어 재정비 시기를 맞았다. 1기 신도시 용적률이 평균 200%를 넘어 재건축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만큼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다수 리모델링 조합이 선호하는 수직 증축형 리모델링은 건물의 기본 골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층수를 올리는 것을 말하는데, 이에 필요한 구조 안전성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뿐만 아니라 검토를 수행할 기관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유 원장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 관련 특별법 제정도 지연되고 있고 입지 여건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성 편차도 심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기 신도시는 대단지로 구성된 만큼 전체 도시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주민이 30년 간 쌓아온 사회·경제·문화적 생태계가 리모델링 사업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세대가 30년간 삶을 이어온 사회적 공간이라는 점을 무시한 채 개별 단지의 물리적인 변화만 꾀하면 거부반응이 상당할 것이란 게 그의 주거 철학이다.

 

그는 “주차·체육·문화·복지시설을 비롯한 인근 사회간접자본(SOC)을 함께 리모델링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지역 공유형 리모델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주변 도로를 지하화해 지상공간의 아파트 단지 범위를 넓히고 별동을 건립하는 방식으로 수직 증축에만 의존하는 리모델링 사업방식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포 장릉 아파트 논란…문화재법 외 도시 관련 제도 보완도 필요”


유 원장은 최근 거센 논란에 휩싸인 ‘김포 장릉 아파트 건축 분쟁’ 이슈 또한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김포 장릉의 반경 500m 내(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지어지는 아파트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착공되면서 나타난 논란이다. 문화재청은 아파트 부분 철거 없이는 문화재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고, 건설사와 수분양자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건설 허가를 내 준 인천 서구청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문제의 핵심은 장릉 앞 아파트 때문에 전국 40기 조선왕릉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지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왕릉 1기라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기준을 어기면 왕릉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문화재청으로선 아파트의 철거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이 아파트의 운명은 법정 공방을 거쳐야만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유 원장은 “김포 장릉에서 발생한 갈등의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정부 차원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문화재보호법만으로는 문화재 보호가 쉽지 않으므로 도시계획·도시개발과 관련된 법률로도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소송을 통해 잘잘못을 따지는 시간만큼 공사가 지연되고, 입주 시기도 늦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자체는 개발을 허가하는 데 지침이 되는 도시계획·경관계획에 개발 또는 보전 방향을 반영해야 하고, 허가를 할 때에도 경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고민의 연장선에서 토지를 특정 용도로 구분한 ‘용도지역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용도지역제는 도시 생활에 필요한 주택·상가·공장을 지을 토지의 위치나 규모를 미리 알려줘 투자자를 유인하고 민간자본의 유입으로 도시가 적절히 개발되는 데 이바지했다”면서도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나 난개발, 용도를 쉽게 바꿀 수 없는 데 따른 신축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입된 지 60여년이 넘은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보다는 도시 내·외부별로 규제를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도시 내부는 용도지역 적용과 용도 변경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스마트 도시화를 추진한다면 도시 내 토지 이용의 효율화를 꾀하고 도시 쇠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유 원장의 생각이다. 반대로 도시 외부는 난개발 방지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농촌지역의 전통성·생산성·경관 확보에 초점을 맞춰 토지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공급, 공공만으로는 역부족…민간참여 걸림돌 해소해야”


유 원장은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주도 방식의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일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공공주도 공급 방식은 주체와 시기,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 위축 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도시화율과 주택보급률이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와 있고, 분권화와 민주화 수준이 높아진 만큼 주택 공급정책도 주거복지와 도시 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간 부문의 시행과 시공 모두 선진화됐고, 민간자금 규모도 300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이제는 민간부문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도시계획과 주택공급의 연계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지자체에 있다”면서 “적절한 이익 환수, 민간 참여 걸림돌 해소, 지자체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 보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변화하는 주택 수요에 대응하고 실질적인 주거 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이달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건설업체 규모를 고려해 세부적인 적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위 이하 중소 건설사업자에 대해서는 특성·규모를 따져 규정해야 한다”면서 “중소건설업계도 협회와 협력해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한 교육을 하고 전담조직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조기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과제로는 ‘스마트 건설 구현을 위한 규제 혁신’을 꼽았다. 건설산업의 디지털화가 제조업이나 정보통신산업 수준까지 이뤄지면 생산성이 25~50% 향상되는 만큼,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규제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더해 유 원장은 “건설 생산구조 개편에 따라 종합·전문건설업 간 상호 시장 진출이 허용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종합건설업에 수주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건설업의 생산구조를 개편·보완하는 방식으로 중소·전문건설업에 불리한 규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4차 산업혁명의 융합시대 대응과 연구원 간 플랫폼 기반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건설업·제조업·정보기술(IT) 등 연관 산업 간 연계 강화, 복합화 생산 방식 도입, 건설산업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기술·연구·사업화 분야의 협업을 지원하는 플랫폼 구축 등을 제시했다.

 

건설산업 성장 3가지 키…타업종 융합·ESG 경영·우수인력 양성

 

♦ 유원장이 본 건설산업 성장 전략은

‘건설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매년 반복되는 건설업계의 고민에 대해 유병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3가지 답을 내놨다. 그는 ▷건설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생산양식 도입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환경·사회·투명(ESG) 경영 도입 ▷중장기적인 우수인력 양성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요소로 꼽았다.

 

유 원장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생산양식을 도입해 질적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그는 “건설업 역시 제조업·정보통신업 등과의 융합이 중요해졌다”면서 “인력 중심 현장생산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전제작 방식 등 자동화 생산양식을 도입하고 해외 수출을 위한 기술적 기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환경 분야와의 융합도 추진해 친인간적인 건축물과 인프라 제공 등 지속 가능한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며 “건설사업관리(CM), 통합사업관리(PM) 등의 활성화를 통해 건설산업 전반에 대한 표준화된 관리 강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SG 경영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전 기업에게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사항이 됐다. 유 원장은 대·중소기업이 함께하는 ESG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국제적인 선도 프로젝트들은 ESG 발주 방식을 선택하는 추세로, 우리 건설기업이 글로벌 건설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유엔(UN)과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제시하는 ESG 기준을 수용하고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건설산업은 원·하도급의 생산구조이며 중소기업이 대다수이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업·협력을 강조하는 ESG 경영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관 협회와 조합은 이에 발맞춰 ESG 표준 보급, 보증상품 개발, 신기술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SG 외에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한 협업관계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계약제도에 수평적 협력방식을 도입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제도,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지수 평가 등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원장은 인구 감소에 따른 젊은 기능인력 부족 심화에 더해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우수인력 양성은 필수”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융합시대 생산방식에 적합한 다기능공과 디지털 숙련기술자 등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건설교육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인력수급 원활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 건설근로자 복지 향상 등 기존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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