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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김포 장릉 아파트 건축 분쟁의 교훈

작성자 RICON 날짜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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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포 장릉 아파트 건축 분쟁의 교훈

 

* 보   도 : 내일신문, 2021년 12월 23일(목), 오피니언 

* 작성자 : 유 병 권 원장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하나인 김포 장릉은 풍수 경관가치를 고려해 계양산을 일직선으로 바라보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그 경관축을 가로막고 건축 중인 아파트가 위법시비에 휘말렸다. 장릉은 김포에 있지만 토지소재지 관할인 인천 서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주었고, 뒤늦게 국제기구와 경관보전을 전제로 세계유산을 지정받은 문화재청이 공사중단을 요청하고 나선 사건이다. 흩어져 있는 40여기의 조선왕조 왕릉을 한묶음으로 세계유산화한 만큼 그중 하나라도 국제기구와의 약속을 어기면 전체가 지정 취소될 수도 있어 정부의 시름도 깊다.

법이 정하는 문제의 핵심은 왕릉과 그 주변에 지정된 역사문화보존지역의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는 허용하는 기준에 맞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제시한 기준을 어기고 지자체가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므로 위법이라고 한다. 반면 지자체는 정부 기준이 나오기 전 이미 건축허가가 난 사항이므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해관계자 공감대 형성 위한 노력 필요

문화재보전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빈번히 발생해왔다. 김포 장릉사건에 참고가 될 만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성 융건릉 앞 주택단지 개발이다. 이미 계획이 수립된 후 지역 문화단체와 개발업자와의 갈등이 발생했지만 융건릉 경관을 고려해 한옥과 아파트를 조화롭게 배치하면서 당사자간의 이견을 좁힌 경우이다. 김포 장릉 앞 아파트는 이전 사례를 참고해 좀더 나은 방안을 모색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그렇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이제 선택할 대안은 역사문화경관을 지키느냐, 세계유산 지정을 철회하느냐, 아니면 명분을 쌓을 제3의 길을 선택하느냐다. 경관은 무형적 가치를 가진 자산이어서 보전과 이용에서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지만 사회적 합의를 구하려는 노력은 일단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방향이 설정되든 발생하는 비용분담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만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환경보전관련 제도에 비하면 문화재보전 제도는 미흡하다. 도시계획과 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문화재보전을 위해 그린벨트를 지정해 개발을 제한하고, 미국은 개발이익과 문화재보전에 따른 손실을 상쇄시키기 위해 개발권 매입이나 양도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둘째, 개발업자에게는 예측가능성을 주어야 한다. 문화재 관련 규제로 개발이 중단되면 개발업자는 파산위기에 내몰리기도 한다. 사법적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에는 시간과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따라서 개발과 보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때 제시해주어야 한다. 갈등 또한 원만하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고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상시 받아들이는 개방행정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능력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문화재 관리의 허술함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지자체 또한 장릉 주변의 문화재적 가치를 고려하며 각종 계획을 수립했어야 옳다. 허가과정에서도 경관가치에 대한 검토는 허가권자의 책무다. 또한 시뮬레이션 기법 등을 통해 가상의 경관구축과 같은 발전된 관리계획을 적용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 행정방식이다.

문화재보전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 모색해야

대도시권의 개발수요는 여전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지가가 저렴한 문화재 주변으로 개발압력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개발도 필요한 경제활동이므로 무조건 규제만 할 것은 아니다. 관건은 문화재보전을 위해 국가정책 전반에 걸쳐 미비점을 살펴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주의깊게 관리해야 한다. 민간단체의 힘도 빌려야 한다. 훼손된 문화재는 복원하기 어렵고, 실추된 국격은 회복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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