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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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지키는 지역가치, 교토가 재생하는 방법

지역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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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7-20 시리즈 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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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지키는 지역가치, 교토가 재생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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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ljastar@ricon.re.kr) ]

[ 요약문 ] 전체 원고는 첨부파일 확인    


■ 요약


전통과 현대가 공생하는 지역인 교토의 도시재생 사례에 주목하였다. 오랜 역사가 담긴 도시건축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현대 기능과 결합할 수 있었던 이유를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이 진정성 있는 성공을 거두기 위한 근본조건에 대해 논의한다.


■ 도시 개요 및 배경 


교토(京都: 경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도(capital city)라는 뜻이다. 실제로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1075년 간 일본의 수도였으며, 1869년 도쿄로 수도를 이전한 이후에도 일본인들의 정신적인 수도로 불린다. 수 백년의 역사를 거친 오래된 도시(고도: 高都)로 전통 있는 산업과 역사적 건축물이 상징적이며, 인구 100만 명의 이상의 대도시로 기능하고 있다.


과거 교토를 다스리는 일본의 왕들이 예술을 장려했던 역사가 있어서인지 교토는 문화가 번성한 도시로 자리잡았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원폭을 피한 도시 중 하나로 현재까지 2000여개가 넘는 절, 신사, 정원, 황궁 등 건축물과 문화재들이 손상되지 않은 채 보존되어있다. 더불어 일본의 몇 없는 내륙지방이며 일본 대도시 중 지진빈도가 가장 낮고 위험이 적은 지역이라는 점도 도시를 보존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20여개의 문화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있다. 


전통적 이미지와 다양한 문화재 등을 기반으로 일본 최고의 관광도시로 자리 잡은 교토는 일본 내에서는 빠질 수 없는 수학여행 장소로 일컬어진다. 마치 우리나라 경주와 같은 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에 들어 경주가 중소도시로 쇠락해가는 것과 달리, 교토는 역사성과 전통성을 기반으로 지역고유의 문화관광상품을 부각하고 장인정신(모노즈쿠리 정신)의 탄탄한 제조업들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 차별적이다. 


■ 배경 및 내용


약 천 년 간 일본의 심장부로 자리한 교토는 일본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고유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자부심이 강력한 지역이다. 현대에 접어들며 교토에도 새로운 흐름이 찾아왔다. 고층아파트 등 현대식 건축물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가로망을 새로이 개선하는 등 전통적인 도시건축공간에 변화가 요구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교토는 전통을 잃을 수도 있는 이 위기의 시기를 기회로 사용했다. 유서 깊은 도시로서의 자긍심을 유지함과 동시에, 신도시적인 문물을 받아들여 선도성을 지닌 뒤처지지 않는 도시로 도약했다. 본 원고에서는 교토에서 일어난 전통과 현대의 공생사례를 고찰하였다. 아네야 코지 마을의 도시재생 사례와 교토시 가옥보존 중심 빈집대책계획의 사례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개발 계획과의 적절한 균형을 맞춘 교토의 재생 전략을 살펴보겠다.


1. (전통과 현대의 조화) 아네야 코지 마을

교토시 중심부에 위치한 아네야 코지 마을은 교토에서도 오래된 목조가옥이 밀집한 지역이다. 또한 다도, 표구, 일본전통의상 등 전통적인 장인정신 기반의 소규모 제조산업이 주를 이뤄, 저층 휴먼스케일의 고즈넉한 골목길 경관이 이 지역만의 고유한 상징이었다.


1995년 20여년 간 어린이 놀이터와 임대창고로 사용되던 마을토지에 고층 아파트 신설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주택공급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지역 고유의 경관적 가치와 이미지를 해칠 수 없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앞섰고, 그 결과 같은 해 10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운동 ‘아네야코지 마을을 생각하는 모임’이 설립되었다.


지역주민의 반대운동으로 계획은 철회되었으나,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지역주민들은 중립적 위치에 있는 교토시 마치츠쿠리 센터를 중개자로 하여 전문가 등이 포함된 ‘지역공생토지이용검토모임’을 새롭게 설립했다. 이 모임을 통해 단순 계획 철회가 아닌 지역의 경관적 가치와 역사를 보존하며 동시에 토지이용의 효율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였다. 지역산업의 활성화 방안, 문화가치 확산, 경관을 해치지 않는 건축 조건 등이 그에 해당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02년 9월 지역주민의 다양한 조건이 반영된 아파트가 완공되었고, 그 이후에도 다양한 지역활성화 사업이 이루어졌다.


아네야코지의 반대운동은 단순한 개발반대운동이 아니라, 지역고유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을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조율이 중심이 된 도시재생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도시재생사업은 관계부처가 주도하여 목표를 발굴하고 실현하기 위해 합의를 형성하는 과정이 다소 일방적이었다. 그러나 아네야코지 마을의 주민들은 각각의 입장을 상호조정하는 가치 공유형 방식을 택하였다. 전통만을 강요하지 않고 현대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주민이 직접 지속적으로 고민해서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지역자산의 새로운 활용) 교토시 빈집대책계획

1950년 일본의 건축기준법이 만들어지기 전 지어진 목조주택을 의미하는 마치야는 상가와 주거를 결합한 저층의 주상복합 건축물을 의미한다. 만들기 센터 운영비는 시에서 90% 가까이 부담하지만 교마치야 재생과 관련된 사업은 대부분 개인이나 단체의 기부를 통한 펀딩으로 진행된다. 센터는 교마치야를 전수조사해 개별 주택 이력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추후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해 멸실을 방지하는 일을 한다.


가치 있는 문화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오래전 지어진 교마치야는 보존은 되고 있으나 특별한 기능 없이 빈집으로 남겨져있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 교마치야를 재생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사례가 타나기 시작하였다. 센터를 통해 방치된 교마치야를 구매하고, 다양한 기부펀딩을 통해 리모델링을 거쳐 역사가 담긴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예를 들어 한 채를 구매 후 1여년 간 직접 리모델링하여 주거공간으로 조성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교토 시내의 버려진 교마치야 두 채를 연결하여 청년 창업시설로 리모델링한 경우도 있었다.


교마치야 뿐만이 아니라 교토시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교토시 내에 위치한 빈집을 찾아내고, 지역주민・전문가・사업가 등과 함께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교토의 지역적 특색을 살린 공간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빈집을 생활환경의 기반이자 마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도시재생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자원으로 적극적 활용하고자 하였다. 특히 교토지역의 관광경쟁력을 기반으로 빈집을 숙박시설이나 지역 교류시설로 활용하여 관광객과 지역교류인구 증가를 촉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만 빈집 활용을 지원하는 것은 재정부담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데, 교마치야 재생사업의 경우 현지 투자자들이 사업비의 60% 가량을 조달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이기도 하였다.


■ 시사점


교토의 도시재생 전략은 지역 고유의 자산가치를 인정하는데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네야코지 마을은 지역고유의 경관적 가치를, 교마치야를 중심으로 한 빈집활용 사업은 오래된 가옥을 보존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이 특별한 것은 단순 보존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현대에 들어 지역에 발생한 주택부족 및 건물 노후화 문제, 빈집 방치, 지역 내 커뮤니티시설 부족 등의 문제와 연계하여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1. 아네야코지 마을은 지역개발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기 보다는 경관 가이드라인 등 지역보전조건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그에 따른 개발을 허용하는 조율형 방식을 택하였다. 그 결과 지역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까지를 성취할 수 있었다.


2. 교토시 빈집대책계획은 교마치야를 포함한 지역 내 빈집의 활용에 대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이다. 지역 주민들 또한 빈집의 활용을 통해 자신들에게 돌아올 이익의 구조를 이해하고 빈집활용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즉, 공공과 민간이 지역자산의 활용가치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재생에 투자하고 지역가치를 상승시키는 순환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교토의 도시재생 사례는 우리에게 성공의 핵심요인 하나를 말해준다. 바로 지역주민 스스로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공간의 가치를 인지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수많은 도시재생사업이 시행되었으나, 많은 사업이 실효성 부족, 지역개발가치 하락 등의 이유에 의해 지역주민들에게 외면당해왔다. 혹자는 도시재생사업이 물리적 개선에 그치며 실제 주민이 원하는 바를 해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역주민들은 ‘무엇 때문에 우리 동네에 재생사업이 필요한지, 무엇을 보전하고 활용해야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이슈가 담겨있다. 그러나 진정 주민이 나의 지역을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교토의 아네야코지 마을처럼 보존과 개발의 사이를 조율해나가며 성공적인 지역재생을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교마치야를 보전하고 지역자산으로 활용한 것처럼 더 큰 지역경제활성화, 지역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공공의 주도에 의지하는 도시재생사업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주민 스스로도 재생이라는 도시 철학의 필요성을 인지해야하며, 나의 동네를 지키고, 개선하고. 더 나아지게하기 위한 품격 있는 주인의식을 가져야할 것이다. 천년의 고도 교토가 첨단을 달리면서도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이유에는 교토 사람들의 굳은 자긍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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