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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수소경제 추진 전략

지역 글로벌
저자 안성배 페이지 수 - page
발행일 2020-11-03 시리즈 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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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수소경제 추진 전략

[ 안 성 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sungbae@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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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초 정부는 수소전기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소에 대한 자동차회사의 광고도 눈에 띄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경제회생을 위해 제시된 ‘한국판 뉴딜’에서도 그린뉴딜의 일부분으로 수소전기차 보급을 포함한 수소생태계 구축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라 하면 2차전지를 사용하는 BEV(Battery Electric Vehicle)를 의미하고 전기차 보급을 위한 보조금이나 충전소 확충 등이 주된 관심사라 수소경제의 추진은 글로벌 동향에 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해소하고자 본고에서는 수소경제가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점검하고 EU, 일본, 미국 등 주요국의 수소경제 추진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수소가 청정에너지원이라 회자되는 이유는 연료전지(fuel cell)를 통해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지 않고 전기 및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차전지라고도 불리는 연료전지는 물의 전기분해 과정을 역으로 이용하는데, 연료로 공급된 수소(H2)와 대기 중의 산소(O2)를 반응시켜 물(H2O)과 전기, 그리고 열을 만들어 내는 일종의 발전기이다. 우리나라는 연료전지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전기차의 동력원으로 적용한 것이 FCEV로 이미 승용차 및 트럭에 상용화되어 있다. 또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난방에도 사용된다.

문제는 연료로서의 수소를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달려있다. 산소는 분자형태로 대기 중에 풍부히 존재하고 있으나 수소는 상황이 다르다.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의 75%가 수소(H)이나 지구의 대기에서 분자형태(H2)로 차지하는 비중은 0.55ppm(0.000055%)에 불과하여, 상용 연료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수소 생산 혹은 채집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수전해(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전기 생산에 사용하면, 2중 변환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할 것이 자명한데 수소를 이용하는데 따르는 경제성은 어디서 오는가?

 

첫째, 전력은 생산 방식도 중요하지만 최종수요까지 유통(저장 및 운송) 과정도 고려해야한다. 2019년 미국의 에너지원과 최종수요부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생산된 에너지 중 37%가 전력으로 전환되었으며, 전력 중 35%만이 최종 수요에 사용되었다. 즉, 전력의 저장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계통 손실이 전체 생산에너지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수력, 풍력 등을 포함한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생산의 11%를 차지하며 이 중 56%(전체 에너지 생산의 6.2%)가 전력으로 전환되는데 여기서도 전력계통 손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8년 에너지밸런스에 따르면 전력계통 손실이 전체 생산에너지의 약 16%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각국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전 세계에서 5.0%에 이르고 있으며, OECD 국가 평균은 7.2%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생산은 간헐성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분산화된 태양광 설비가 증가하면서 전력 생산이 일어나는 시간대에 전력계통에 대한 순부하량이 감소하였다가 일몰 후 급증하는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의 증가에 따라 전력 공급 평활화를 위한 에너지 저장수단(ESS, Energy Storage System)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소는 친환경 전력 저장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하면, 간헐적 잉여전력을 이용하여 생산한 수소가 전력 저장의 경제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소의 해상 및 육로 운송에도 연료전지를 적용할 수 있다. 기존의 전력계통 손실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강화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문제는 산적해 있다. 먼저, 수소 생산에 대한 친환경성 논란이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되는 그린 수소(green hydrogen) 또는 재생 수소(renewable hydrogen)는 재생에너지 기반 잉여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현재 수소 생산은 천연가스를 개질(改質, reforming)하는 방법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데, 이는 이산화탄소를 다량 발생시키는 공정이다. 석유화학·철강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副生, by-product) 수소도 온실가스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그레이 수소(grey gydrogen)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탄소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나 아직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또한, 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도 크다. 수소 폭탄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겠지만, 수소 저장 탱크가 폭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관련 인프라 구축과 사용자 수용성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충분한 안전 마진 확보에 수반되는 비용으로 경제성 달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한편, 그린 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재생에너지의 부존자원적 성격이 간과되기도 한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친환경 전력 생산은 전적으로 주어진 자연환경에 의존한다. 그리고 각 에너지원의 최적지는 글로벌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정된 지역에 집중되어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기존의 화석연료가 각국의 부존자원으로 기능을 담당했듯이 재생 에너지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 에너지원이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생산, 유통, 활용의 모든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 수소경제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기술 자체의 경제성과 안전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관점에서 지정학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종합적인 수소경제 생태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비롯한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각국이 제시하는 로드맵과 해당 정부의 역할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EU는 ‘2020 기후·에너지 패키지’에서 EU28의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20%로 설정하고 2018년 현재 18%를 달성하였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 기후·에너지 프레임워크’를 통해 2030년 최종에너지소비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32%로 상향조정하였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확대 전망을 바탕으로 2020년 7월 ‘EU 수소전략’을 발표하였다. EU 수소전략은 재생 수소 관련 계획인 ‘수소 이니셔티브’(2018년 9월)에 바탕으로 ‘유럽그린딜’(2019년 12월)과 EU의 ‘신산업전략’(2020년 3월)과 연결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단기와 중기에는 재생 수소의 생산, 저탄소 수소를 활용한 탄소배출 감축 및 자생력 있는 시장 형성을 목표로 하며, 장기적으로는 재생 수소가 활용되는 산업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U에서 수소 사용비중은 2018년 2% 이하에서 2050년 13~14%로 확대될 전망이며, 2050년까지 재생수소 관련 1,800억~4,700억 유로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전해설비에 240억~420억 유로, 수소에너지 관련 설비 스케일업에 2,200억~3,400억 유로, 저탄소기술 개발 지원에 100억 유로, 소규모 수소충전소 400개 추가 건설에 8억 5,000만~1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의 수행과 유럽 산업의 탈탄소화 및 산업 리더십 유지를 위해 유럽청정수소연맹(European Clean Hydrogen Alliance)를 발족하였는데, 이 연맹은 재생수소 생산 확대, 산업의 탄소배출 감축, 수전해장치 투자 확대 등에 2030년까지 4,30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투자재원은 ETS 혁신기금(Emission Trading System Innovation Fund), 유럽지역개발기금(ERDF, European Regional Development Fund), 결속기금(Cohesion Fund), 위기대응기금(React-EU), 공정전환기금(JTM, Just Transition Mechanism), 환경 관련 투자 및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기금(InvestEU)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일본은 환경문제뿐 아니라 에너지안보 강화 차원에서 수소에 주목하고 수소 공급, 저장·운송, 활용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목표와 추진전략이 담긴 ‘수소기본전략’을 2017년 12월에 채택하였다. 이에 2018년 발표한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반영하여 2019년 3월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3차 개정)’을 발표하였다. 일본의 수소전략은 기존 화석연료 수준의 수소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수소 공급 부문에 초점을 두고 있다.

 

먼저, 탄소포집·저장 기술을 활용한 해외 미이용 에너지에서 수소를 생산하여 저장·운송하는 국제 수소 서플라이 체인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호주에서는 미이용 갈탄에서 추출한 수소를 액화하여 운송하는 사업 가와사키중공업, 이와타니, 쉘재팬, J-Power, 마루베니, ENEOS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인 HySTRA(Hydrogen Energy Supply-chain Technology Research Association)가 시행을, 브루나이에서는 천연가스에서 개질한 수소를 메틸시클로헥산(MCH) 형태로 변환하여 일본으로 운송하는 사업 미쓰빗그룹, 니폰유센, 치요다화공건설, 미쓰이물산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인 AHEAD(Advanced Hydrogen Energy-chain Association for Technology Development)가 시행하고 있다. 진행 중인 실증사업 이외에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남미 및 중동 지역에서 수소 서플라이체인 구축을 위한 협력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일본 내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사업도 적극 추진 중인데, 2032년 상용화를 목표로 Power-to-Gas(P2G)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2020년 10MW급 수소 생산시설을 갖춘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단지’(FH2R)를 구축하고 실증운영 단계에 돌입하였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 시절 2003년 연두교서를 통해 친환경 수소연료 자동차 연구개발을 위한 1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제안한 이후 The White House President George W. Bush(2003. 6. 25) “Hydrogen Economy Fact Sheet” 수소연료 기술 혁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2020년 6월, 미 의회조사국(CRS)은 천연가스가 2040년까지 전력 생산의 주연료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의회차원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이고 수소와 같은 청정 전력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였다. 전력 부문에서 수소를 활용하는 데 많은 제약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나서서 수소 생산 및 사용 비용을 낮추는 문제와 세제 혜택 등 수소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청정에너지·인프라 부문에 취임 후 4년 간 2조 달러를 투자하는 ‘청정에너지 계획’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2050년까지 경제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 ‘넷제로’(net-zero)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린 수소 사용을 늘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전략이 주로 전기자동차와 전력 부문을 위한 배터리 기술 개발 및 관련 인프라 투자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수소 활용도 제고에 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전력 부문에서 10년 이내에 그린 수소 공급 비용을 기존 수소 생산방법 수준으로 낮추어 깨끗한 연료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2050년까지 수송연료 부문을 중심으로 수소경제를 의욕적(ambitious)으로 추진할 경우 최종 에너지 수요의 14%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소경제 생태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 유통, 활용 측면에 균형잡힌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 모든 부문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요국은 현 시점에 가진 강점에서 시작하여 전체 수소생태계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성공적인 수소경제 생태계의 안착을 위해서 글로벌 협력체계가 작동해야함은 물론이다. 주요국에서 재생에너지 및 수소경제 생태계 인프라 투자의 증가가 기대되는 만큼 우리 건설 기업의 진출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므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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