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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신문] “노란봉투법 정착의 핵심…비용과 책임의 공정한 배분”
| 작성자 | RICON | 날짜 | 2026-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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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란봉투법 정착의 핵심…비용과 책임의 공정한 배분”
* 보 도 : 대한건설신문, 2026년 5월 25일(월), 제언
* 작성자 : 이지아 부연구위원
건설 하도급 현장의 책임 배분 과제
원청 책임 분명히…하청 전가 막아야
사용자성 판단 혼선…현장 갈등 ‘변수’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원·하청 노사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노란봉투법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를 중심으로,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원청이라도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동시에 노동쟁의의 범위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되고, 쟁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개인별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달리 판단되도록 바뀌었다. 개정법은 2025년 9월 9일 공포, 2026년 3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입법 취지만 놓고 보면, 노란봉투법은 원·하청간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를 줄이고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하려는 제도적 시도라 할 수 있다.
복잡한 고용구조 속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주체와의 대화를 제도화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법의 취지가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산업별 특성과 거래구조의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책임의 사각 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건설업은 이 문제가 가장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큰 산업이다. 건설현장은 하나의 사업장에 여러 공종과 업체가 순차적으로 투입되는 프로젝트 형 생산 체계다.
원청은 전체 공정과 안전, 품질, 일정을 총괄하지만 실제 시공은 철근·콘크리트, 토공, 실내건축, 기계설비 등 전문건설업체가 공종별로 수행 한다. 전문건설업은 하도급계약 비중이 높고,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따라서 원청의 현장운영 변화나 노사관계 변화는 전문건설업체의 계약·공정·비용 부담으로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안전관리나 작업환경처럼 원청의 실질적 통제가 강한 영역에서는 교섭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임금, 채용, 인력배치, 공기 조정 등 비용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교섭 범위가 확장될 경우 현장 갈등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시행 초기부터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특히 전문건설업체는 가장 불안정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하청업체는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현장 작업을 수행하지만,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의 직접 당사자가 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교섭 결과로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 작업방식 변경, 공기 지연, 안전관리 비용은 하도급계약을 통해 하청업체에 전가될 우려가 있다. 원청이 노조와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일정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그 부담이 소규모 전문건설 업체에 집중된다면 법의 취지는 현장에서 왜곡 될 수 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의 정착은 노동권 보호와 건설 생산 체계의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 이어야 한다. 원청 사용자성은 산업별 특성과 공종별 권한 구조를 반영해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교섭 결과로 발생하는 비용과 책임이 하청 업체에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공정한 계약 질서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실제 시공을 담당 하는 전문건설업체도 현장 운영의 주체로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은 이제 논쟁의 법안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해야 할 제도다. 중요한 것은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하되, 그 책임이 다시 하청업체로 떠넘겨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법의 성공 여부는 원·하청 노사 간 대화를 제도화하는데서 나아가 그 대화의 비용과 책임을 얼마나 공정하게 배분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