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관련된 보도와 기사 자료입니다.

[대한건설신문] “‘중재법’, 기업 규모·업종 특성 고려…반드시 손봐야 한다”

작성자 RICON 날짜 2025-07-21
첨부파일

[기고] “‘중재법’, 기업 규모·업종 특성 고려…반드시 손봐야 한다”

 

* 보   도 : 대한전문건설신문, 2025년 7월 21일(월), 논단/기고

* 작성자 : 홍성호 선임연구위원

 

  • 복잡한 도급 구조…건설업 불리한 상황
  • 건설사 유죄 선고 다른 산업보다 높아
  • 중소기업·영세 사업장 현실 반영 필요
  • 자율적인 안전 문화 정착 유도 급선무

 

반복되는 후진국형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경영책임자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 부여와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재법)’이 시행 중이다. ‘중재법’의 처벌 위주 규제는 인력과 예산의 부족과 함께 다수 현장에서 입·출입이 빈번한 일용근로자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는 복잡한 도급 구조를 갖고 있는 건설업에 불리한 상황이다. 

 

‘중재법’ 시행 이후 이루어진 37건의 법원 판결(’25.3.17 기준) 중 건설업 유죄 15건(88.2%), 무죄 2건(11.8%)으로서 건설사의 유죄 선고 비율이 다른 기업 유형보다 높은 상황이다. 더욱이 ‘중재법’의 건설업 중대재해 감소 영향력은 매우 미미하다. 물론 건설업 종사자의 안전 인식 개선에는 일부 효과가 있지만, 경영책임자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불명확성·비현실성으로 인해 ‘보여주기식’ 안전관리가 중시되어 건설현장의 실질적인 재해 예방 효과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1월부터 적용된 50억 원 미만 현장에서의 사망자 수는 2024년 181명으로 23년과 동일하다. 또한 50억 원 이상 현장에서의 사망자 수가 일부 감소한 것도 건설경기 침체 탓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같이 ‘중재법’의 효과가 미흡한 것은 다음과 같은 원인에 기인하고 있다. 

 

첫째, ‘중재법’은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을 미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재법’ 제4조 제1항은 사업·사업장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하여 경영책임자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토록 하고 있으나, 동법 시행령은 모든 기업에게 동일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에 따라 구축·이행 가능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내용과 그 수준은 상이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중소기업의 경영 위축과 과잉 처벌 논란을 초래할 소지가 높다. 특히 중소 건설사의 경우 다수 현장에서 여러 주체가 참여하고 도급구조도 복잡하여 9가지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모두 준수하기 힘들다. 

 

둘째, 관련 법령과의 정합성 부족 및 중복성 때문이다. ‘중재법’에서 규정한 경영책임자 등 안전 ·보건 확보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 법령과 상충하거나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법 적용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법 ’ 제64조는 관계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 협의체 구성·운영, 작업장 순회 점검 등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8가지로 한정하나, ‘중재법’ 제5조는 실질적으로 시설·장비·장소 등을 지배·운영·관리하는 도급인에게 경영책임자 등의 4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포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또한 경영책임자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중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행의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 및 동법 시행 규칙 제72조의 ‘산업재해 재발 방지계획 수립·보존’과 중복된다. 

 

셋째, 처벌 위주의 규제 방식에 기인하고 있다. ‘중재법’은 타 법령보다 강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법 준수 노력보다는 책임회피를 위한 서류작성 등 ‘보여주기식’ 안전 관리업무를 유발하여 자율적 안전보건 관리체계 정착을 저해하고 있다. ‘중재법’의 불명확성·모호성으로 인해 법 적용·해석에 논란이 많은 상태에서 강한 처벌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처벌을 두려워해 수행되는 안전관리 활동은 지속성이 낮아 재해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고,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유발하며, 이는 스스로 안전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자율 안전관리 체계 정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중재법’의 정착을 위해 경영책임자 등의 4대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다음과 같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불필요한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삭제해야 한다.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행, 행정기관이 명한 시정조치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의무는 타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실질적 재해 예방 활동과 무관하므로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9가지로 구성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의무의 내용과 적용 수준을 산업·규모별로 최소한으로 규정하여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산업·규모별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내용과 적용 수준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중재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소 건설사의 경우 영세한 기업 규모 특성과 다수 현장에서 여러 주체가 참여하고 도급구조도 복잡한 건설업 특성을 고려하여 안전·보건 목표, 경영방침 설정, 안전·보건 총괄 전담 조직 구성, 위험성 평가 및 필요한 조치, 종사자 의견 청취(위험성 평가 결과 공유에 한정), 도급·용역·위탁 시 조치 등 5가지 의무만을 규정하여 실질적인 재해 예방 활동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한 자율적 안전관리를 모색해야 한다. 산업·규모별 안전·보건 관리체계 이상으로 경영책임자 등이 이행한 경우에는 중대재해 발생 시 감경 사유로 활용하여 자율적 안전 문화 정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재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 양형기준 개선이 요구된다. ‘중재법’의 문제점은 법 제정 이전에도 우려가 제기됐던 점이다. 

 

산업재해 감소 효과는 미미하고 산업계의 구조적 문제(하도급 구조, 근로환경 열악 등) 해결이 동반되지 않은 채 법적 규제만 강화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 자체가 현실 여건들을 깊이 고려하지 못하고 목표 지향적 이상에 치우쳐 스스로 한계점을 노출한 것이다. 그러므로 처벌보다는 실질적 예방 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와 업종별 현황과 요구에 맞는 예방조치와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 원본기사 바로가기